news/custom-made news

싼맛에 입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 좋아하신다구요?

부처핸썸 2007. 10. 18. 12:24
싼맛에 입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 좋아하신다구요?
[부산일보 2007-10-18 12:03]

회사원 김모(29.여)씨는 18일 옷장을 정리하면서 저절로 한 숨이 나왔다. 동대문, 명동에서 4천900원을 주고 산 티셔츠부터 인터넷 쇼핑몰에서 산 9천900원짜리 반바지까지..한 두 번 입고 서랍에 넣어둔 옷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이 옷들을 어찌할꼬. '싼 맛'에 샀는데 한 번 세탁했더니 후줄근해진 옷도 있고,3년 동안 꺼내 입지 않아 작아진 옷도 있다.

비싼 옷이면 고쳐 입겠지만 수선비가 더 들 것 같아 그나마 괜찮은 옷만 골라 헌 옷 수거함에 넣고, 나머지는 쓰레기 종량제봉투에 넣어 버렸다.

지난 1월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가 보도한 '잘 입는가'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유행에 맞춰 신속히 만들어 내고, 싼 값에 빨리 사 입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이대중화되면서 영국인 1명이 한 해 동안 30㎏의 옷을 갖다 버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쓰레기종량제 봉투에 들어간 옷은 가연성쓰레기로 분류될 뿐이고, 헌 옷 수거함은 민간단체나 재활용업자가 개별적으로 설치하기 때문에 '옷 쓰레기'에 대한 통계는 일괄적으로 집계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행에 매우 민감한 편이고, 의류산업이 발달한데다 유통업체들이 중국산 제품 등 저가의 옷을 100g당 1천500∼2천원에 파는 '무게 마케팅'까지 하는 점 등에 비춰봤을 때 1인당 '옷 쓰레기'가 영국보다는 많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측이다.

이렇게 옷을 쉽게 사서 입고, 버릴 때 환경에는 어떠한 문제가 있을까.

친환경상품진흥원 김만영 연구센터장에 따르면 한 벌의 옷을 만들면서 섬유재료로부터 실을 뽑아내는 과정과 실로 천을 만드는 과정, 천을 염색ㆍ가공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각 과정마다 환경과 건강을 위협하는 화학물질이 배출된다.

예를 들어 면과 마 섬유를 얻기 위해서는 농약이 살포되고, 모 섬유를 얻는 과정에서는 양에게 먹인 항생제가 배설물을 통해 토양을 오염시키며 동물의 가죽을 옷감으로 사용할 수 있게 무두질하는 과정에서는 독성이 있는 크롬화합물이 나온다.

특히 레이온(재생섬유)을 제조하는 과정에서는 이황화탄소(CS₂)가 배출되는데 58년에 세워진 '원진레이온'의 노동자들은 이황화탄소에 장기간 중독돼 고혈압, 발음장애, 전신불수 등 증상이 나타나 800여명이 직업병 판정을 받았고, 그 중 40여명이 숨졌다.

옷감의 형광표백, 수지가공, 염색 등의 과정에서 형광증백제와 계면활성제, 발암 의심물질인 포름알데하이드, 염색도료가 환경으로 배출되며 입고 버린 옷을 태우거나 매립하면 대기오염, 토양오염, 수질오염을 유발한다.

'동물, 식물에서 얻는 천연섬유가 석유화학물질로 만드는 합성섬유보다 친환경적'이라는 생각도 잘못된 상식이다.

면 섬유제품의 경우 목화를 재배하는데 농약과 비료가 대량으로 사용되고, 표백과 염색 등 20여 단계의 가공과정을 거치며 화학물질 배출은 물론 에너지가 다량 사용된다.

모나 비단제품은 세탁시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대기 중으로 방출하고 피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가죽ㆍ모피의류는 제작과정에서 수질오염을 일으키는데다 밍크코트 1벌을 만들려면 밍크 150마리 이상을 죽여야 하는 등 동물보호 문제를 야기한다.

석유화학물질로 만드는 합성섬유는 공장에서 제조시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받는 반면 나일론의 수명이 면의 25배나 되는 등 매립했을 때 잘 썩지 않는 단점이 있다고 김 센터장은 설명했다.

그렇다면 '옷'에 의한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무슨 방법이 있을까. 옷을 구입하기 전 심사숙고를 한다든지, 중고의류가게를 통해 옷을 재활용하는 것은 환경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헌 옷을 모아 제3세계에 헐 값에 팔거나 무료로 나눠줄 경우 의류 가내수공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현지인들의 시장경제가 무너져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NGO활동가들은 말한다.

다음은 여성환경연대가 제안하는 체크리스트.

▲사려는 옷이 꼭 필요한지 고민하기

▲비슷한 옷을 갖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보기

▲이 옷을 사면 안 입게 되는 옷이 생기지 않는지 살펴보기

▲가능한 물 세탁할 수 있는 옷 고르기.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