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누스라고도 한다. 원래는 로마신화에 나오는 채소밭의 여신이었으나, 그 특성이 그리스신화의 아프로디테와 일치하므로 아프로디테와 동일시되었다. 이 여신은 로마시대부터 르네상스시대를 거치면서 특정의 민족신화의 틀을 벗어나, 여성의 원형으로 서양 문학과 미술에서 폭넓게 다루어졌다. 호메로스에서는 아프로디테가 천공(天空)의 주신(主神) 제우스와 바다의 정령(精靈) 디오네의 딸로 되어 있는데, 헤시오도스에서는 천공의 신 우라노스와 그의 아들 크로노스와의 싸움에서 비롯된 것으로 되어 있다. 즉, 크로노스는 어머니 가이아의 음부 속에 숨어 있다가 아버지의 성기(性器)를 낫으로 잘라 바다에 던졌다. 이렇게 하여 바다를 떠다니는 성기 주위에 하얀 거품(아프로스)이 모이고, 그 거품 속에서 아름다운 처녀가 생겨났다.
알몸의 처녀는 서쪽 바람의 신 제피로스에게 떠밀려 키테라섬에 표착(漂着)하였다가 다시 키프로스섬까지 흘러왔는데, 여기서 그녀를 발견한 계절의 여신 호라이가 그녀에게 옷을 입히고 아름답게 꾸민 다음, 여러 신들의 자리로 안내하였다고 한다. 르네상스기(期)의 화가 S.보티첼리의 명작 《비너스의 탄생》은 이 같은 탄생 과정을 그린 것이다. 아프로디테의 탄생담(誕生譚)이 남성 성기에서 비롯되어 키프로스와 관련을 갖고, 사랑과 열락(悅樂)의 여신으로서 코린트를 비롯한 각지에서 신앙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여신의 기원이 원래 풍요와 재생이라는 원시신앙을 바탕으로 한 오리엔트의 대지모신(大地母神)임을 알 수 있다.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신들 가운데 대표적 여신으로 널리 신앙대상이 되고 있는 이슈타르나 페니키아의 여신 아스타르테는 모두가 농경 재생산과 결부된 풍요 다산(多産)의 여신이면서, 한편 사랑과 열락·음탕의 여신이기도 하였다. 이 같은 오리엔트의 원시신앙을 이어받은 아프로디테를 그리스인의 풍부한 상상력과 미적 감수성이 미와 사랑의 여신이라는 하나의 인격으로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