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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FEATURE]호텔 등급② 나라마다 제각각, 그래도 최고의 숙소는?

부처핸썸 2007. 10. 2. 12:57
[TRAVEL FEATURE]호텔 등급② 나라마다 제각각, 그래도 최고의 숙소는?
[연합르페르 2007-10-02 09:44]


다른 나라에도 호텔 등급을 매기는 절차가 법적으로 명시돼 있는 것일까. 대답은 '아니오'다.

사실 호텔의 등급은 철저히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잣대다. 도량형이나 화폐처럼 정해진 규칙에 따라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 나라에 따라 자신들의 편의에 맞게 등급을 조정하고 있다.

현재 세계에는 80여 개에 달하는 호텔 등급 평가 체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심지어 등급 제도를 실시하지 않는 나라도 있다.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등급은 허상일 뿐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허름한 여관에 별 5개를 달아놓고 비싼 숙박료를 요구한다면 아무도 찾아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등급과 호텔의 질(質)에는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다.

호텔 평가를 실시하지 않는 국가에서도 세계관광기구(World Tourism Organization)가 제공하는 기준에 의거해 등급을 매길 수 있다.

심지어 베이징올림픽을 1년 정도 앞둔 중국에서는 등급에 비해 서비스나 시설이 미치지 못하는 호텔 800곳에 대해 별도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

미국은 호텔 등급 제도가 잘 운영되고 있는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등급 결정은 민간단체인 AAA(American Automobile Association)가 담당하는데, 매년 호텔 명부인 '투어 북(Tour Book)'을 발간하고 있다. AAA는 투어 북에 등재되길 희망하는 업체만 평가한다. 등급은 5개이며, 별 대신 다이아몬드를 사용한다.

AAA는 일반적인 호텔뿐만 아니라 리조트, 콘도, 객실이 간소하고 가벼운 식사가 제공되는 B&B 등 13가지 유형으로 숙소를 분류한다.

각각의 숙소 평가는 하루 만에 끝나지 않는다. 전문조사단이 호텔의 총지배인과 면담을 한 뒤, 예고하지 않은 날짜에 조용히 투숙하면서 서비스를 체험한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평상시의 호텔 모습이 그대로 등급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영국도 시설 평가와 서비스 평가를 분리해서 진행하고 있다. 시설 평가는 외관, 리셉션데스크, 침실, 욕실, 공공장소, 바, 레스토랑 등을 통해 5등급으로 구분하고, 서비스는 4등급으로 나눈다.


캐나다는 각각의 주 정부 관광국에서 호텔 등급을 결정하는데, 등급은 역시 5개다. 캐나다에서 오성급 호텔이 되려면 객실 면적 320㎡ 이상, 자동 온도 조절 장치 설치, 위성방송이 나오는 TV와 영화 채널 보유, 객실에 전화 2대 등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캐나다에서는 전문조사단의 평가를 보완하기 위해 투숙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다.

이처럼 선진국에서는 시설 평가와 서비스 평가를 병행하고 있다. 또한 평가 주기도 1∼2년으로 짧은 편이다. 그러므로 이들 나라에서는 우리나라보다 호텔 등급이 정확하게 측정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럼 별 5개와 별 4개를 가르는 결정적인 준거는 무엇일까. 서비스는 무형이므로 제쳐놓고 시설만을 놓고 본다면, 뉴질랜드의 호텔 평가인 퀄마크(Qualmark)가 도움이 될 듯하다.

퀄마크에 따르면 별 4개 이하는 상관없지만 오성 호텔이라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와인 리스트, 피트니스센터, 사우나, 수영장, 마지막으로 '컨시어지(Concierge)'다.

컨시어지는 고객의 불편한 점을 개선하고 바라는 바를 모두 들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해결사다. 일반적인 프런트 직원과는 다른, 최상의 서비스를 구현하는 인물이다.

◆ 등급이 없어도 잘 나가는 숙소들

두바이의 상징물인 부르즈 알 아랍 호텔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세계에서 최고의 호텔로 공인된'이라는 표현이 있다. 몇 해 전, 세계 유일의 별 7개짜리 호텔로 명성을 떨쳤던 부르즈 알 아랍은 등급을 통해 효과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전개했다.

보편적으로 가장 높은 호텔 등급은 별 5개이므로, 엄격히 따지면 별 7개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르즈 알 아랍은 사람들에게 '최고'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등급을 과장했다. 물론 부르즈 알 아랍은 그럴 만한 자격이 있었다.

이처럼 호텔의 등급을 부풀려서 성공하는 호텔이 있는가 하면, 아예 등급 자체와 거리를 둔 호텔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숙소가 일본의 료칸(旅館)이다.

일본 문화의 정수를 체험할 수 있다는 료칸은 여행자를 감동시키는 서비스와 널따란 객실, 운치 있는 노천온천 등을 통해 독특한 문화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일본의 주요 료칸을 소개하고 있는 일본 국제관광료칸연맹을 뒤져보면 료칸의 명칭, 전화번호, 요금, 가는 방법과 온천, 노천온천, 객실에 딸린 개인온천의 유무만 나와 있을 뿐이다.

일본의 료칸도 시설과 서비스가 천차만별이지만, 보통은 가격을 통해서만 료칸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일률적으로 정해진 평가 기준을 료칸에 들이대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객실이 몇 안 되고, 교통이 나빠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이 료칸이기 때문이다.

등급이 없는 것은 스위스의 샬레도 마찬가지다. 스위스에도 도시 호텔에는 등급이 있지만, 상당수의 샬레는 호텔 협회에 가입하지 않아서 별이 없다. 있더라도 가장 낮은 등급인 1등급이나 2등급이다.

알프스 산맥에서 가족들이 소규모로 운영하는 샬레는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이 서 있는 매우 예쁜 숙소이다. 샬레에서는 스위스 가족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삶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경치도 감상할 수 있다.

유스호스텔 역시 등급과는 무관한 숙소다. 유스호스텔은 저렴한 숙소의 대명사이지만 그 중에는 범상치 않은 곳들도 있다. 암스테르담 중앙역 인근에는 물에 둥둥 떠 있는 보트 호스텔이 있다.

이러한 숙소들은 천편일률적인 호텔과는 다르다. 이미 세계의 대도시는 체인 호텔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각 지역의 문화나 전통을 살리기보다는 서구 중심적인 시설과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료칸이나 샬레, 보트 호스텔이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 듯하다. 외국인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우리의 템플 스테이나 고택 체험도 등급으로 매길 수는 없는 전통문화체험관광상품이다.

글/박상현 기자(psh59@yna.co.kr), 사진/월드호텔센터, 오스트리아관광청, 스위스관광청 제공

(대한민국 여행정보의 중심 연합르페르, Yonhap Rep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