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중의 야유에 항의하다가 퇴장당한 안정환.
그것도 2군 경기에서...
안정환의 열렬한 팬은 아니지만
안정환을 이해할 수 있다.
요즘 축구장을 가보지 않아서 경기장 상황이 어떤지 잘은 모르지만
예전에 프로 축구가 그닥 인기가 있는 상태가 아녔을 때
축구 경기장에 가보면 관중석에서 선수들의 숨소리가 정말로 들렸다.
선수들끼리 신호를 주기 위해 이야기하고 소리지르는 것들이 전부 다.
근데 그 당시의 상황에서 가장 큰 적은
경기장에 뛰고 있는 상대팀도 아니고 자기자신도 아닌
관중석에 있는 아저씨들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축구장에 술을 갖고 들어가 마실 수 있었고
담배도 그냥 관중석 의자에 앉아서 폈던 것으로 기억한다.
프로 축구의 인기가 그리 높지 않던 시절 경기장을 찾아 축구를 볼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축구에 대한 나름대로의 개념(?)이 있었을테고
따라서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썩 좋지 않은 경기 내용을 보였을 경우
나름대로의 지시(?) 또는 질타를 서슴치 않았다.
"야! 이 X야! 주고 들어가라고! 똑바로 안뛰냐?!"
이 정도는 애교다.
선수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데 관중석에서 소리치는 것이
왜 선수들에게 안들리겠는가.
그런데도 선수들은 꾹 참고 경기에 몰두했었다.
아니 몰두하려 했었을 수도 있다.
옆에서 소리지르는게 안들릴리 없지. 당연히 다 들린다.
때로는 정말 심한 욕도 나오고 모욕적인 이야기도 나오고..
어찌 참으랴.
안정환이 지금 제 기량을 못내고 있는 것은 그렇다 치자.
한국 축구에 영광을 안겨줬던 선수인만큼
그의 부진에 실망도 클테고 또 상대팀으로 나왔을 때에는
그만큼 위협적인 선수이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자극하기 위해
관중들은 아주 난리를 쳤을 것이다.
하다못해 1군 경기를 가도 서포터즈끼리
"그 따위로 축구하려면 나가 뒤져라!"라는 가사를 넣은 응원가를 만들어
그것도 응원가라고 단체로 불러제끼는 상황인데...
2군 경기에 나선 안정환은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되고
부담을 가진 상태였을 것이 뻔한데
아주 불을 제대로 지른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안정환이 그냥 항의만 했다니...
관중석에 올라가서 아주 그냥 발로 확 까대지 않은게 천만 다행이다.
관중 누군지 얼굴도 한번 보여주지
왜 안정환만 뉴스에 얼굴 나오냐.
안정환. 2군 얼른 접고 1군 올라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