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워', 미국 도전이 남긴 것
[스타뉴스 2007-10-01 09:04]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전형화 기자]

심형래 감독의 '디 워'가 한국영화로는 역대 최고 규모로 미국에서 개봉한 지 3주가 흘렀다. 영화의 완성도와 국내에서의 갖가지 논란은 차치하고, '디 워'의 미국 개봉은 한국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일인 것만은 확실하다.

'디 워'는 9월14일 2275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뒤 3주가 흘러 한국영화 최초로 1000만 달러를 극장에서 벌어들였다. '디 워'의 미국 개봉이 남긴 것을 돌아봤다.

'디 워'는 시작부터 미국 시장을 겨냥하고 만든 작품이었다. 공식적으로 밝힌 300억원이라는 제작비는 2차 시장이 무너진 한국에서는 극장 수입만으로 제작비조차 거둘 수 없는 금액이다.

심형래 감독은 각종 인터뷰에서 누차에 걸쳐 "'디 워'는 미국 시장을 겨냥해 영어로 대사를 했으며 백인 배우를 쓴 것"이라고 밝혀왔다. 부라퀴 군단이 중세 유럽 기사들의 갑옷을 입고 등장한 것도 구미 관객들에게 익숙하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심 감독은 설명했다.

그런 전략이 유효했는지 '디 워'는 개봉 첫 주 북미 박스오피스 5위를 기록했다. 한국영화가 북미 박스오피스 10위권에 들어선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이는 한국가수의 음반이 빌보드차트 10위권에 오른 것만큼 큰 의미를 지닌다.

쇼박스라는 국내 메이저 배급사와 손을 잡고 시도한 이같은 미국시장 진출은 한국영화의 할리우드 도전사에 남다른 비전을 제시한다. '디 워'의 박스오피스 5위 등극이 전국적인 와이드 릴리즈에 가장 큰 공이 있기에 한국영화가 미국 시장에 도전할 때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다.

미국 배급사 프리스타일과 함께 작업한 쇼박스의 한 관계자는 "상당한 경험을 쌓았다. 앞으로 미국시장에 진출할 때 이런 경험을 토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성과가 '디 워'만의 독특한 사례로 남을지, 한국영화의 자산으로 남을지는 충무로가 함께 고민을 나눠볼 문제이다.

반면 '디 워'의 미국 개봉은 반면교사로 적용될 수 있다.

'디 워'는 전국 개봉을 앞둔 영화로서는 미국 내 마케팅이 극히 저조했다. 한인들이 몰린 LA나 뉴욕 등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광고가 진행되지 않았다. 다른 할리우드 영화에 비해 마케팅비가 적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저조한 마케팅은 이 영화에 대한 미국 관객들의 관심을 불러모으는 데 실패했다.

IMDB, 야후, 로튼토마토, 박스오피스모조 등 미국 내 영화사이트에 '디 워'와 동시에 개봉한 '브레이브원'이나 '미스터 우드콕'의 네티즌 리뷰에 비해 '디 워'의 리뷰는 한창 부족하다.

미국 내에서 저조한 마케팅은 '디 워'가 애초에 미국에서 2차 시장을 겨냥했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낳게 한다. 심형래 감독은 소니픽쳐스와 계약을 체결하기 전부터 '디 워'를 90분 내에 만든 것과 PG 13 등급에 맞춘 것은 모두 소니픽쳐스의 요구 때문이라고 밝혀왔다. 그는 소니픽쳐스와 계약을 체결한 뒤 '디 워'가 미 전역에서 1000개 이상 스크린에서 개봉되어야 한다는 게 계약조건에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영화가 미국 전역에 개봉될 때 마케팅에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를 '디 워'는 여실히 깨닫게 했다.

미국 언론의 혹평은 별개로 네티즌의 평가가 엇갈린 것도 눈여겨 볼 일이다. '디 워'는 미국 내 네티즌의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린다. 미국 네티즌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의 '디 워' 지지자들의 열성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디 워'가 흥행과는 별개로 뉴욕타임즈 홈페이지에서 가장 검색이 많이 된 영화가 됐다든지, 박스오피스모조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영화로 뽑힌 것은 '디 워' 지지자들의 공이 컸다.

하지만 국내에서와는 달리 한국 지지자들의 이 같은 노력은 미국에서는 반발을 샀다. 미국 네티즌의 리뷰나 리플에는 "한국인들은 이제 그만해라"는 글들이 많다.

심형래 감독이 강조한 한국영화를 미국에서 소개하고 싶었다는 뜻이 제대로 전달됐을지도 의문이다. "다양한 영화의 전통이 있는 한국에서 이런 영화가 만들어질 줄이야"라는 미국 언론의 지적이 있었던 것도 눈여겨 볼 일이다.

'디 워'는 극장 수입이 점점 줄어들면서 조만간 미국 내 극장에서 내려질 것이다. 이는 한국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디 워'는 아직 미국에서 마케팅 비용조차 건지지 못했다.

쇼박스측에서는 2차 판권을 통해 마케팅 비용과 수입을 충분히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국내와 미국 수입을 더해도 제작비와 마케팅비를 회수하지는 못한 게 현실이다.

심형래 감독의 도전은 분명 아름답다. 끊임없이 한 길을 걸었고, 결과를 일궈냈다. 그는 이 작품으로 얻은 소중한 경험을 자산으로 더욱 성장할 것이다. '디 워'가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에 뿌려진 밀알이 되어서 한국영화의 자산이 될지, 심형래 개인의 진출사로 남을지, 한국영화계의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관련기사]
美 개봉 '디 워', 평일 순위 급락, 18위
미국간 '디 워' 흥행추락 왜?
'디워', 韓영화 최초 美서 1000만달러 돌파

“Think about it” 현대차, 美서 ‘노 브랜드’ 광고
[동아일보 2007-09-11 03:17]

‘자동차에는 컵홀더보다 에어백이 더 많아야 하는 게 아닐까요?’

현대자동차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밝히지 않고 자동차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새로운 광고 실험에 나섰다.

현대차 미국법인(HMA)은 10일(현지 시간)부터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새로운 브랜드 홍보활동의 일환으로 ‘싱크 어바웃 잇(Think about it)’ 광고 캠페인을 두 단계에 걸쳐 실시한다고 밝혔다.

싱크 어바웃 잇 캠페인은 ‘차 자체에 대해 생각해 보라’는 주문을 담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저가(低價) 차라는 브랜드 이미지에서 탈피해 품질과 성능으로 승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대차와 함께 이번 브랜드 광고를 담당한 ‘굿바이 실버스타인 & 파트너스’의 제프 굿바이 공동회장은 “현대차의 실제 수준과 (저가 차라는) 소비자의 인식 간의 거리를 좁히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 단계는 10일부터 28일까지 약 3주간 진행되는 ‘노(No) 브랜드’ 광고. 현대차는 이 기간 중 인쇄물, 방송, 온라인, 옥외 광고 등에 브랜드 없이 소비자에게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차에 대해 생각해 보길 권한다.

현대차는 ‘컵홀더편’ 외에도 ‘로고는 당신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차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등 다양한 화두를 던질 예정이다.

현대차는 이번 실험을 통해 소비자가 자동차 산업의 ‘표준’이란 어떤 것일지 스스로 생각해 보고 자동차산업에 대한 딱딱한 이미지를 친근하게 바꿀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29일부터 시작되는 두 번째 단계에서는 그동안의 광고 브랜드가 현대차였음을 알리고 이번 광고 실험의 취지와 의미를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HMA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4만508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증가해 8월 판매기록 중 최고치를 나타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