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07-10-1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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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영어 슬로건 'Bounce Your Heart' 한국인도 외국인도 이해 못하는 엉터리 표어
최근 텔레비전의 프로농구를 지켜보면서 의문 하나가 생겼다. 한 TV에서는 중계 직전 화면에 ‘Bounce Your Heart-당신의 게임입니다’라는 표어를 내보내고 있었다. 농구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그 동안 몇 차례 봤을 것이다. 프로농구연맹 홈페이지(www.kbl.or.kr)에 접속해도 첫 화면에 같은 메시지가 뜬다. 농구시즌이 돌아 왔으니 앞으로 더 자주 접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Bounce Your Heart’가 대체 무슨 뜻일까? 알 수가 없었다. 농구연맹 홍보팀에 문의했더니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하라는 의미”라고 했다. “젊은이들 중에는 농구 공만 봐도 가슴 뛴다는 사람들이 있다. 프로농구 마케팅을 위해 많은 논의 끝에 그런 뜻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납득이 가지 않아 지난 1년간 미국에서 함께 연수한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물어봤다. 10여명의 미국, 영국기자들이 답을 보냈다. 그들 모두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전혀 의미 없는 말” “이상한(strange) 표현” “헷갈린다(confusing)”라고 했다.
볼티모어 선을 거쳐 포브스지의 베이징특파원으로 일하는 게디는 “말도 안 되는 표현으로 명백한 아시아식 엉터리 영어”라고 했다. 댈러스 모닝 뉴스의 안젤라는 “어떤 한국말을 영어로 잘못 번역한 것 아니냐”면서 “그 말은 (많이 양보해) 구어체로 봐준다고 해도 어떤 의미도 없다”고 했다.
그들에게 “이 표어에는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하라는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테네시주 멤피스의 스포츠기자 잭이 답을 보냈다. “Bounce Your Heart는 당신의 내장기관인 심장을, 농구공 튀기듯이, (코트에) 튀기라는 뜻이 된다”고 했다. 또 다른 기자는 “(심장을 튀기라니) 참 위험한 슬로건”이라는 농담을 전했고, 다른 한 명은 “심장 뛴다는 말로는 pound가 옳다”고 충고했다.
같이 연수했던 워싱턴 포스트지 편집자 요넷에게 전화로 물어봤다. 그녀는 “메일을 보고 처음엔 무슨 뜻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 “설명을 들어도 납득하기 어려운 말로서 엉터리 시(詩)에나 나올 법한 표현”이라고 했다. 낯이 뜨거웠다.
이 표어는 중계뿐 아니라 대회 현수막, 광고 보드에도 들어가는 프로농구의 얼굴이다. 야구 축구에 이어 국내 3대 프로 스포츠를 자처하는 농구가 이런 표어를 내걸고 대회를 진행하는 것은 얼굴에 먹칠을 하고 손님을 맞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인도, 미국인도 이해하지 못하는 말을 무엇 때문에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을까? 마케팅 제대로 하려면 엉터리 표어부터 내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