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캠퍼스 상가, 명동 뺨친다
[조선일보 2007-08-02 05:34]

▲ 1일 오후 서울 신림동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있는 CJ푸드빌의 비빔밥 전문점‘카페 소반’에서 학생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깔끔한 내부 디자인은 물론 시원한 야외 테라스까지 갖추고 있다. /이태경 객원기자 ecaro@chosun.com

더 다양하게 더 화려하게 변신 의류매장·뷰티숍까지 잇단 입점 임대 수입 짭짤… 업종도 더 늘듯 “다양한 상품구매” “상업화” 논란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연구동에 있는 CJ푸드빌의 비빔밥 전문점 ‘카페소반’. 비교적 고가의 가격(불고기 비빔밥 8000원)에도 불구하고 학생 손님들이 끊이질 않는다. 교직원 및 학생들에게 할인혜택을 주지만 인근 구내식당 2500~4000원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신혜원(27) 매니저는 “학생, 교수 등 하루에 500명가량 찾아오고 일 매출은 300만원 정도”라고 밝혔다. 이 학교 석사 1년차 대학원생인 진모씨는 “주변 학생들도 거부감은 없는 편”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대학 내 상가(商街)가 일대 변신을 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커피전문점·패스트푸드점뿐 아니라 의류매장·뷰티숍·PC방 등이 대학에 잇따라 입점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편의시설을 제공하고 높은 상가 임대료를 확보할 수 있어 대학들의 상가유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기업들은 수익과 마케팅효과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CJ푸드빌의 심은정(39) 과장은 “요즘 학생들은 가격이 조금 비싸도 보다 나은 음식을 원한다는 점을 감안했고, 장기적 마케팅 차원에서 대학캠퍼스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대학으로 향하는 브랜드 매장들

지난 6월 한양대에는 남성 캐주얼 브랜드 ‘STCO’가 개점했다. 대학 교내에 의류 브랜드점이 들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현주 점포 매니저는 “취업시즌을 맞은 학생들이 셔츠를 많이 구매한다”며 “학교 안 의류매장을 낯설어 하지만 반응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PC방도 있다. 고려대 고대광장의 ‘매직 스테이션’은 컴퓨터 85대 규모로 지난 2002년 개점했다. 리포트 출력용 컴퓨터만 16대. 점주 김지환씨는 “일 평균 370명 정도가 찾는데, 학교 안이란 점을 고려해서 전 구역 금연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에는 버거킹·스타벅스·던킨도너츠·파파이스·로즈버드 커피전문점 등 유명 외식 브랜드와 영풍문고도 입점해 있다.

학생이 주 고객층이 아니었던 업종도 대학캠퍼스에 진출하고 있다. 한양여자대학 본관에는 미용실과 손·발톱을 정리해주는 네일 및 메이크업 매장이 지난 3월 개점했다. 건국대학교 기숙사 드림 홀에는 미용실 ‘박준미장’ 이 처음으로 가맹점을 열기도 했다. 서강대는 학교 후문 부지에 홈플러스가 건물을 신축하고 대신 지하 1층을 대형마트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학생들과 동문들을 상대로 공청회를 거쳤으나 대체로 긍정적이었다고 한다. 이 학교 대외홍보팀 관계자는 “학교도 민자유치를 하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부에선 논란도 여전

80년대 초반 학번인 박모(43)씨는 “얼마 전 모교를 찾아갔다가 한 잔에 3000~4000원 짜리 커피가 커피전문점에서 성황리에 팔리고, 미용실에도 여학생들이 들어차 있는 것을 보고 문화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재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고려대 사회학과 2학년 공예슬(20)씨는 “학교 안에서 다양한 상품구매가 가능해 좋다”고 말한 반면, 부산대 함형재(22)씨는 “대학 내 상업시설 설치에는 기본적으로 반대”라며 캠퍼스 환경의 질 저하를 우려했다.

논란과는 별도로 대학 내 상가 개발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부동산 상가 전문 사이트인 ‘상가뉴스레이다’의 정미현 팀장은 “학생들과 학교 측의 필요가 맞아떨어져 대학 내 상가 수요가 늘고 있다”며 “업종은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 화양동 건국대 서울캠퍼스 내에 있는 미용실‘박준 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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