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꿀 환
: 뼈 골
: 빼앗을 탈
: 아이밸 태

뼈를 바꾸고 태를 빼낸다는 뜻으로 몸과 얼굴이 몰라볼 만큼 좋게 변한 것을 비유하는 말.

시나 문장이 다른 사람의 손을 거쳐 더욱 아름답고 새로운 뜻의 글로 변하는 일에도 이 말을 쓴다. 남송() 때의 승려 혜홍()이 쓴 《냉재야화()》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황산곡(:본명 )이 말하기를 시의 뜻은 무궁한데 사람의 재주는 한이 있다. 한이 있는 재주로 무궁한 뜻을 쫓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그 뜻을 바꾸지 않고 그 말을 만드는 것을 가리켜 환골법()이라 하고 그 뜻을 본받아 형용()하는 것을 가리켜 탈태법()이라 한다.”

원래 이 말은 선가()에서 연단법()에 의하여 새사람이 되게 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황정견이 이것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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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알고 있는 환골탈태의 내용은 이렇다.
하지만 얼마 전 환골탈태라는 단어를 '솔개'의 생태에 빗대어 다시 한번 들은 일이 있었다.
그 솔개의 생태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알수 없었으나 그것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는 함께듣던 이 모두가 알 수 있는 말이었다.

찾아보니 생태학적으로는 다소 문제가 있는 이야기인 것 같지만
우화로 받아들이고 그 의미만 이해하자.

이제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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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개의 장수 비결

솔개는 가장 장수하는 조류로 알려져 있다. 솔개는 최고 약 70살의 수명을 누릴 수 있는데 이렇게 장수하려면 약 40살이 되었을 때 매우 고통스럽고 중요한 결심을 해야만 한다.

솔개는 약 40살이 되면 발톱이 노화하여 사냥감을 그다지 효과적으로 잡아챌 수 없게 된다. 부리도 길게 자라고 구부러져 가슴에 닿을 정도가 되고, 깃털이 짙고 두껍게 자라 날개가 매우 무겁게 되어 하늘로 날아오르기가 나날이 힘들게 된다. 이즈음이 되면 솔개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을 뿐이다. 그대로 죽을 날을 기다리든가 아니면 약 반년에 걸친 매우 고통스런 갱생 과정을 수행하는 것이다.

갱생의 길을 선택한 솔개는 먼저 산 정상부근으로 높이 날아올라 그곳에 둥지를 짓고 머물며 고통스런 수행을 시작한다. 먼저 부리로 바위를 쪼아 부리가 깨지고 빠지게 만든다. 그러면 서서히 새로운 부리가 돋아나는 것이다. 그런 후 새로 돋은 부리로 발톱을 하나하나 뽑아낸다. 그리고 새로 발톱이 돋아나면 이번에는 날개의 깃털을 하나하나 뽑아낸다. 이리하여 약 반년이 지나 새 깃털이 돋아난 솔개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힘차게 하늘로 날아올라 30년의 수명을 더 누리게 되는 것이다.

(<우화경영> 정광호 지음. 2005년 4월 매일경제신문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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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학회장 지낸 교수 “얼토당토 않은 얘기”

동물생태학을 전공하고 한국조류학회 회장을 지낸 구태회 경희대 환경·응용화학대학장에게 솔개의 생태에 대해서 물었다.

구 교수는 “요즘 솔개의 생태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는 했으나, 얼토당토 않은 얘기”라고 어이없어 했다.

구 교수는 “ 부리가 재생되어서 다시 난다는 것은 생명체에서 만무한 일”이라며 “새에서 부리가 다시 만들어져 나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새가 부리를 부분적으로 다쳤을 때 이따금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보완하는 게 나타날 수는 있으나, 생태학적으로 부리가 다시 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생명체로서 한번 살았으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라며 “피부가 각질화되어서 만들어진 기관이 부리인데 부리를 다쳤을 경우 재생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발톱은 다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구 교수는 말했다.

에버랜드 수의사 “조류는 부리를 다치면 생명 유지 힘들어”

날마다 동물원에서 새들과 함께 생활하는 현장의 수의사에게 물었다. 에버랜드에서 동물들을 일상적으로 관찰하고 돌보는 권순건 수의사도 마찬가지로 답했다.

“새의 부리가 손상되면 다시 나지 않는다”고 권 수의사도 말했다. 솔개가 몇 달을 굶으면서 부리를 바위에 쪼아 새 부리로 재생시킨다는 이른바 ‘솔개 생태론’의 주장에 대해서 권 수의사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권 수의사는 “새들이 부리를 다치면, 음식물 섭취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살 수가 없다”며 “조류는 포유류랑 달라서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기간이 매우 짧다”고 덧붙였다.

그는 “각질로 되어 있는 부리의 손상 정도나 상황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다시 자라거나 할 수는 없다. 대부분 부리가 손상을 입으면 부리가 보완되기 이전에 몸에 이상이 와서 생명 유지가 힘들어진다”며 “부리가 부러진 사례에서 완벽하게 자라거나 하는 경우란 없다. 간혹 손상 정도에 따라서 형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있고, 심층이 표층으로 깎여나가 그 기능을 대신하는 경우가 있는 정도다”라고 말했다.

사실이 아닌 ‘지어낸 이야기’에 바탕한 설득

결론은 솔개의 환골탈태론은 과학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닌 우화일 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솔개의 생태를 잇따라 언급한 조직의 대표자들이 조직원들과 독자를 상대로 실제의 동물생태와는 다른 ‘예화’를 자기 주장을 펴는 실마리로 끌어들이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런 주장이 매체나 각종 강연 등을 통해 소개되면서 상당수 사람들에게 마치 솔개의 생태가 실제로도 그런 것처럼 비친다는 점이다.

본디 탈바꿈을 하는 곤충도 아닐진대, 사람이 뼈를 바꾸고 껍데기를 벗어던지는 게 또 가죽을 바꾼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래서 그 힘든 환골탈태의 과정을 설명하는 데 ‘솔개의 우화’는 감동적이고 효율적인 의사전달 수단일 수도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이다. 잠시 생각해 봄직한 우화의 수준을 넘어 뭔가 전에 없던 대단한 것을 발견해낸 양, 그것만이 살 길인 양 입에 거품을 무는 것은 볼썽사나운 일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카더라’식 우화가 과학적 근거를 갖춘‘사실’로 포장되는 듯한 경영론 비즈니스가 여과없이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애초 출발의 의도는 좋더라도 지나치게 나아가면 출발점을 잊어버리는 법이다. 우화는 그냥 우화로서 대접하면 될 일이다.

현실에선 “솔개는 부리가 망가지면 죽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구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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