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07-10-0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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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임을 내세우기 위해 100원∼500원 정도를 남겨주는 마케팅이 붐을 이룬 적이 있다. 만원 단위를 추가로 넘지 않는다는 이른바 착시효과를 노리면서 ‘친절하게’ 잔돈을 남겨주는 전략이었다. 이러한 관행은 지금에야 다소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게임업계만 보더라도 정액제로 과금되는 게임 대부분에 ‘잔돈’ 마케팅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심리적인 만족감을 전해줄 뿐이란 점에서 ‘잔돈 마케팅’은 부작용도 만만찮게 발생시키고 있다. 남은 수백원을 사용할 별다른 지불처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부분의 게임업체들은 잔돈이 남을 여지가 있는 캐시충전이나 상품권 결제 대신 휴대전화(모바일)나 신용카드를 결제방식으로 도입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와 NHN의 ‘R2’, 웹젠 ‘뮤’, 블리자드 ‘워크래프트’ 등 대표적인 정액제 게임들마다 캐시충전은 적용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YNK코리아의 ‘로한’의 경우는 다르다. 월 정액제로 운영되는 이 게임은 30일에 1만9800원, 60일은 3만7400원, 90일에는 5만2800원이 부과된다. 그런데 ‘로한’의 비용 과금 시스템에서는 신용카드나 모바일로 일단 전용 캐시를 충전한 후 캐시로 정액제 프로그램을 재구입하는 방식만 허용되고 있다.
여기서 심각한 오점이 발생했다. 충전 자체가 1000원 단위이기 때문에 만일 1만9800원 정액 요금제를 신청할 경우 200원이 남게 되는데, ‘로한’의 서비스 주체인 YNK코리아는 한게임이나 넥슨처럼 연동해서 즐길 수 있는 여타 게임이나 부가 서비스가 잘 갖춰지지 않아 실제로 ‘잔돈’은 쓸모 없게 된다는 사실이다. 월 200원씩 쌓이더라도 이를 정액 요금으로 사용하려면 무려 수십개월이 소요되는 꼴이다.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사용자 전체 숫자를 감안하면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말 그대로 티끌이 태산처럼 커지는 셈이다.
한게임이나 넥슨, 피망 등 게임포털의 경우 잔돈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문제 발생 소지가 상대적으로 적고 정액제를 유지하던 MMORPG 장르에도 최근 들어 과금제가 부분유료화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로한’의 이같은 캐시충전 방식의 정액제는 다소 시대착오적인 뉘앙스를 남긴다.
YNK코리아측에서는 올 하반기경 비용 과금 이후 남은 ‘잔돈’으로 수익모델을 만들어내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젠 ‘푼돈’을 공식 매출로 이어가겠다는 설명이다. YNK코리아의 이같은 모습은 “브랜드와 기업 이미지를 자칫 훼손할 수도 있다”며 캐시충전 자체를 부정하는 엔씨소프트와는 원천적으로 배치되고 있어 더 눈살이 찌푸려진다.
스포츠월드 김수길 레저생활부 기자 sugiru@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