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대화] 소비자는 누가 뭐래도 옳다
[이코노미스트 2007-01-19 14:42]

▶김흥수 사장(왼쪽)과 김순응 사장이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격과 소비자’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CEO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살까? 경영실적과 이력서만으로 알 수 없다. 회사에서 만나는 CEO들은 일 이야기만 한다. 그러나 머릿속에 일만 꽉 차 있을 리 없다. 독서와 사색·여행·만남을 통해 늘 정보와 생각이 가득 차 있다. ‘CEO의 대화’는 다른 분야에 있지만 CEO가 서로를 이해하고, 경영철학을 공유하며 아이디어를 얻는 기회다. 이번에는 김순응 K옥션 사장과 김흥수 STCO 사장이 대화를 나눴다.
김순응 K옥션 사장은 불분명했던 미술품 가격을 경매를 통해 투명화하면서 미술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은행원 시절 월급을 털어 산 미술품이 가격은 적정한지, 되팔 수는 있는지 항상 걱정했다. 김 사장은 미술에도 제대로 된 시장과 가격 결정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경매를 통해 이를 실천하고 있다.

김흥수 STCO 사장은 와이셔츠와 넥타이 가격을 대폭 낮춰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LG패션에서 근무하면서 소비자가 느꼈던 고민을 사업화한 결과다. “샐러리맨들이 한 벌에 20만원이 넘는 셔츠를 백화점에서 부담없이 살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STCO의 셔츠는 3만9000원이 가장 고가다. 자신이 소비자일 때 느낀 니즈(Needs)를 공급자 입장에서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두 사장. 그들은 “소비자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회사는 위험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순응 사장: (김흥수 사장 명함을 보며) 화가하고 이름이 같으시군요.

사회: 누구 눈에는 누구 밖에 안 보인다더니 다 미술과 관련지으시네요. 저는 탤런트 이름하고 같다고 생각했는데….

김흥수 사장: 이름이 그래서 그런 게 아니라 저도 그림에 관심이 조금 있는데 도통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디서 사야하고, 값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김순응: 그게 우리 미술시장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소비자와 떨어져 있다는 거죠.

사회: 은행처럼 품위있는 직장에 다니다가 어떻게 경매회사로 오셨어요?

김순응: 하나은행에서 본부장으로 있을 때, 서울옥션 사장 자리를 제안받고 바로 사표를 던졌죠. 그림이 좋았으니까요. 뒤도 안 돌아봤죠. 그때가 2001년이었는데 현실은 좀 다르더군요. 경매하러 온 사람은 15명 정도고, 낙찰률도 20~30% 정도밖에 안 됐어요. 크리스티나 소더비 같은 활발하고 멋진 경매시장이 아니라 풀죽고 동떨어진 그런 곳이더군요. 그래도 저는 낙담하지 않았어요. 미술시장도 시장이기 때문에 언젠가 제대로 된 시장 가격을 요구할 때가 올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죠. 아직 과정이지만 제 생각이 맞아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사회: 김흥수 사장님도 잘 다니던 대기업을 떠나 이 자리에 왔죠?

김흥수 사장

남성복 전문업체인 STCO 김흥수 사장은 남성복 가격의 ‘거품’에 의문을 제기하며 2002년 사업을 시작해 현재 135개 매장에서 매출 372억원을 기록했다. 고품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매장에서 코디네이션을 제안해 샐러리맨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흥수: 동기는 단순했어요. 패션회사에서 근무하다 보니 옷값에 낀 거품이 훤히 보이는 겁니다. 그중에서도 와이셔츠가 심했어요. 샐러리맨 월급으로 20만, 30만원씩 하는 와이셔츠를 사입는다는 것이 불가능하죠. 그러면 백화점 매대에서 사게 되는데 내 돈 주고 내가 옷 사면서 왜 줄을 서야하고 치수도 안 맞고, 교환 반품도 어렵고…. 그래서 ‘샐러리맨이 좋은 인테리어의 큰 매장에서 입어도 보고 큰소리치면서 옷 사게 하자’, 이게 제 동기죠. 백화점 매대 가격으로 팔아도 남거든요.

김순응: 그래도 남아요? 그럼 옷 사는 거 그 전엔 모두 사기였군요(웃음).

사회: 두 분 다 소비자 입장에서 느낀 고민에서 비즈니스를 발견하신 거네요.


김순응: 미술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투명한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시장이 없는 거죠. 갤러리에서 어떤 작품을 1000만원에 샀다고 칩시다. 그 가격이 맞는지도 모르고, 또 되팔 수 있는 루트도 거의 없어요. 옥션에서 경매를 하니까 그런 작품이 100만원에 팔려나가는 거예요. 그럼 그 1000만원이란 가격은 뭡니까? 그걸 가격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가격은 소비자와 공급자가 만나는 점에서 정해집니다. 그게 수요공급의 원리죠.

사회: 그러면 시장에서 소비자가 생각하는 가격이 항상 옳을까요? 미술시장에서는 오히려 전문가의 안목이 더 정확할 수 있지 않나요?

소비자 고민 풀어주려 사업 시작

김순응: 단기적으로는 그럴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절대 아닙니다. 고흐, 마네, 모네, 피카소는 물론 박수근, 이중섭, 다 시장이 만드는 거예요. 어떤 경우에도 시장과 소비자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옆에서 말로는 떠들 수 있죠. 그래도 자기 돈 직접 내고 리스크 감수하겠다는 사람보다 더 진지할 수 있겠습니까? 미술의 역사도 다 시장이 만든 겁니다. 평론가가 아니라 화상들이 만든 거죠.

사회: 김흥수 사장님은 어떠세요? 저가로 파는 게 일시적으로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품질을 외면해서 장기적으로 소비자를 잃을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안 듭니까?

김흥수: 우선 소비자가 옳다는 김 사장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내 거실에 걸릴 그림으로 어떤 게 좋은가’ 입니다. 소비자 스스로 원하고 만족하는 만큼 가격을 정하는 것이 가장 옳다고 봐야죠. 옷도 마찬가집니다. 어떤 옷이 좋은가는 소비자가 판단하는 거죠.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품질과 브랜드에 돈을 투자할 수도 있고, 저희처럼 거품을 빼고 가격 대비 만족도를 높이는 것도 방법입니다. 고객이 우리 옷을 선택한다는 건 어떤 의미로든 우리를 인정하고 있다는 거죠. 고가의 명품이라도 고객의 니즈를 맞춰주지 못하면 고객은 떠나죠.

김순응: 싸다고 다 잘 되고 비싸다고 다 망하지는 않죠. 소비자마다 각각 취향이 다르니까요. 미술시장도 의류시장처럼 시장 원리에 충실하고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도록 만들면 저절로 돌아가요.

사회: 작든 크든 두 분은 기존 질서에 파문을 던진 셈이고 업계의 반발이나 반응도 클 것 같은데요.

김순응 사장

예술품 전문 경매회사 K옥션의 김순응 사장은 2001년 서울옥션 사장 취임 후 연이어 흑자를 달성하고 2005년 하나은행·학고재와 함께 K옥션을 설립했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경매 문화를 정착시켜 미술시장에 가격 혁신을 일으켰다.

김순응: 미술계에서는 제가 공공의 적입니다(웃음). “당신 때문에 작품 한점도 못 팔았다”고 협박 전화도 받고 국회에서 화랑 주인 150명 상대로 공청회도 했어요. 모든 게 다 공표가 되니까 불편한 거예요. 1000만원에 팔던 것이 경매에서 100만원에 팔리니까 고객 클레임도 늘고…. 근데 경매 가격은 우리가 정하는 게 아녜요. 우리는 고객과 작가를 연결시킬 뿐이에요. 제가 가격을 정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갤러리에서는 제가 가격을 망쳐놨다고 하죠. 그분들의 표현을 빌리면 고객들이 가격을 망쳐놓은 거죠.

사회: 그럼 전반적으로 미술품 가격이 K옥션 가격으로 수렴되고 있습니까?

김순응: 그렇죠. 외국에서는 미술품 정보를 인터넷에 다 공시해요. 미술품도 부동산, 주식이나 마찬가지로 한편으론 투자 자산인데 자기들끼리만 알고 마음대로 가격을 정해버리면 투자자(고객)들이 어떻게 투자합니까? 책 한권도 인터넷으로 가격 비교 다 해보는 시대에 비싼 그림을 정보도 없이 마구 사겠습니까? 안 사죠.

가격은 고정돼 있지 않은 것

김흥수: 저는 반발은 아니고 반응이 좀 있죠. 제가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좀 되니까 이제 대기업들도 같은 비즈니스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좋은 현상이죠. 저로서는 혼자 좀 더 이 시장을 가져가고 싶습니다만 그건 제 희망사항일 뿐이죠. 가격은 참 민감한 문젭니다. 기준이 없으니까요. 같은 제품도 시간과 장소에 따라 바뀝니다. 옷을 보세요. 백화점에서 10만원 하던 옷이 세일 때는 7만원이면 삽니다. 층을 옮겨 특별전에 가면 5만원이 되고, 아웃렛에 가면 3만원이 됩니다. 땡처리로 가면 1만원도 안 되죠. 어떤 게 가격일까요? 소비자가 사 가는 게 가격이죠.


사회: 가격이 고정된 게 아니군요.

김흥수: 그렇죠. 가격은 고객이 판단할 문제라는 거죠. 업체들이 제안할 수는 있어도 결정할 권한은 없습니다.

김순응: 일반 제조업체는 소비자들이 저항하지 않고 따라오는 수준이 적정 가격 아닙니까?

김흥수: 우리 회사의 비전은 ‘샐러리맨들의 풍요를 돕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술 두 번 먹는 돈 아껴서 와이셔츠 살 수 있었다면 이제 한 번만 덜 먹으면 와이셔츠를 살 수 있게 해주는 거죠. 요새는 옷 사는 거 말고도 돈 쓸 데가 많거든요. 휴대전화도 바꿔야지, 스키도 타러가야지, 주말에 나들이도 가야지…. 한 사람 안에서도 여러 개의 가격(혹은 제품)이 경쟁을 하고 있어요. 우리 경쟁 상대는 옷 업체뿐 아니라 휴대전화 업체, 스키장, 와인 바도 포함됩니다. 그 돈을 쓰는 대신 우리 옷을 사라고 해야 되니까요.

사회: 소비자가 물건의 가치를 판단한다고 하셨는데 흔히 가격이 얼마다라고 하는 것과 가치는 다를 수 있지 않나요? 비싸게 팔려도 가치가 없는 것이 있고, 시장에서는 싸구려라도 굉장한 가치가 있는 것도 있을 텐데요.

김순응: 괴리가 있습니다. 안 드러난 작품을 결국 시장이 발굴하는 겁니다. 시장이라는 건 모든 정보의 총아입니다. 거래되기 전에 모든 의견과 평가가 다 모이니까요. 여기에는 평론가와 작가, 갤러리에 대한 정보는 물론 다른 투자자산과의 비교도 이뤄지죠. 그 결과로 가격이 정해지죠. 그래서 시장이 커지고 활성화되는 게 중요한 겁니다. 단기적으로는 가격과 가치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가치가 높은 상품의 가격이 높아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가 가능한 거죠.

사회: 소비자가 가격을 정하고, 소비자의 변화에 민감해야 사업이 성공한다는 말은 여러 번 들었습니다. 두 분도 그런 트렌드를 읽어서 성공한 분들인데 그런 변화를 어떻게 읽습니까?

‘내가 이 돈 주고 사도 되나’

김흥수: 특별히 어떤 능력이 있어서 시장을 아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일 중요한 것은 그 분야에 대한 관심이죠. 김 사장님은 은행원이셨지만 그림을 모을 정도로 미술에 관심이 많았고, 저는 옷이 좋아서 패션회사에 들어갔잖아요. 그 자체가 벌써 큰 작용을 하는 거죠. 정말 좋아하는 일에 깊이 관여하다 보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김순응: 김 사장님이 트렌드와 소비자 마음을 잘 읽어서 성공한 것처럼 미술시장도 같습니다. 그냥 보기에는 다 같은 경매처럼 보여도 취급하는 작품 종류만 해도 무수히 많아요. ‘과연 소비자들은 무슨 작품을 좋아할까. 뭘 사면 돈이 될까. 뭘 필요로 할까’ 끊임없이 생각하는 거죠. 종이작품 경매를 따로 연 적이 있었는데 이게 낙찰률 93.6%가 나온 거예요. 이런 수치는 외국에서도 보기 힘들거든요. 소비자가 원하는 게 뭔지 정확하게 맞힌 겁니다. 큰 그림 경매도 같은 경우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큰 그림을 안 사요. 작고 예쁜 그림만 찾는 경향이 있거든요. 자연히 큰 그림은 수요가 없으니까 가격이 떨어지겠죠. 2005년에 법인세법이 바뀌면서 그게 다 업무용 자산으로 인정되거든요. 큰 그림도 이제 곧 가격이 오를 테니 기업들에는 지금이 절호의 찬스죠. 이렇게 소비자 니즈를 연구하는 게 시장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비법이죠.

사회: K옥션은 불투명한 가격 체계를 투명하게 만드는 것만으로 미술시장을 성장시켰습니다. STCO도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는 가격대에서 사업의 출발점을 삼았다는 게 인상 깊습니다. 요란한 혁신도 중요하지만 가격만 제대로 정해도 비즈니스가 상당히 커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죠.

김순응: 저는 작품을 권할 때도 ‘내가 이 돈 주고 사도 되나’ 가 판단 기준입니다. 내가 사기 아까운 가격은 경매에도 올리지 않죠.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장기적으로 소비자가 만족해야 하거든요. 옷을 입어서 해피하고, 그림을 사서 해피하고. 결국 소비자의 이익이 내 이익이 되는 거죠.

김흥수: 동감이에요. 고가든 저가든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 소비자는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좀 더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과 서비스가 나와야 됩니다. 아직 기회는 많이 있습니다.


남성패션 머리서 발끝까지 맞춰드려요
[매일경제 2007-05-29 16:24]

남성들도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남성복시장이 변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정장과 캐주얼로 양분된 남성복시장이 캐주얼, 셔츠, 타이, 액세서리 등으로 세분되면서 이들 아이템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토털 코디네이션 브랜드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트렌드를 반영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다.

선두주자 격인 에스티코(STCO)가 2003년에 처음 매장을 열 때만 해도 남성잡화 전문 매장을 찾는 고객이 얼마나 될까 업계에서는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2004년 70억원, 2005년 130억원 등 매출을 기록한 에스티코는 60개였던 매장 수를 지난해 130개로 늘리고 매출 370억원을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어 몇 년 새 더셔츠스튜디오, 닷엠 등 관련 브랜드가 10개 이상 생겨났다.

올해 들어서는 기존 패션 회사들도 남성 토털 브랜드를 잇따라 론칭하며 매장 오픈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가장 먼저 시장에 진출한 트라이브랜즈 '알렌테이크'는 자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2535 맨슈머(맨과 컨슈머 합성어)족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론칭 3개월 만에 매장 20개를 오픈했으며 올해 총 90개 매장에서 매출 100억원을 올리겠다는 목표다.

김창린 트라이브랜즈 대표이사는 "남성들 가치관과 패션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어 시장은 당분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주얼 브랜드업체인 더베이직하우스도 지난 2월에 남성 토털 코디브랜드 더클래스 1호점을 명동에 오픈했다. 역시 25~35세 직장인을 타깃으로 셔츠, 타이, 벨트, 지갑 등 액세서리까지 토털 코디 아이템을 취급한다.

더 클래스는 할인마트와 거리 판매점을 중심으로 올해 35개까지 매장을 늘려 매출 45억원을 올릴 계획이다.

코오롱패션은 중저가 남성 정장 브랜드인 지오투의 세컨드 라인으로 셔츠, 타이 전문 지오투 매장을 유동 인구가 많은 노량진역과 부산역에 최근 오픈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양문영 FnC코오롱 과장은 "양면 넥타이 등 트렌드를 반영한 감각적인 넥타이를 1만9000~2만9000원대에 살 수 있어 출퇴근길 회사원들이 부담없이 구입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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